운전할 사람도 없다…"무조건 100명 태워" 일본의 버스 실험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11-13 07:04   수정 2023-11-13 09:31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④에서 계속
인구감소의 여파로 2040년 일본에서는 일손이 1100만명 부족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도 '가장 먼저 대처할 리스크'로 자연재해보다 '인력부족'을 꼽을 정도로 인력난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은 지진·쓰나미보다 무서운 인력난의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선 무작정 일할 사람을 늘리는게 인력난 해결의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손이 가장 부족한 서비스업이 특히 그렇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급여도 낮은 분야다. 서비스업 종사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그렇지 않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하위권인 노동생산성은 더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은 만성화한다. 재교육(리스쿨링)을 통해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인력을 정보기술(IT)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노동 유동화'는 일본 경제의 중요한 과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일본 기업들이 인력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기존의 근로자가 더 많이 일하도록 만들거나(노동생산성 향상), 사람을 쓰지 않고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거나다.



파솔종합연구소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4.2% 향상시키면 298만명 분의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주쿠와 마에바시의 자율주행 버스 실험은 일손을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 교통 인프라를 유지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실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율주행 버스가 눈 앞의 인력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버스 회사들이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필사적인 이유다. 일본 2대 도시 요코하마시의 버스 회사들은 운전기사 한 명이 실어나르는 승객을 두 배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버스 두 대를 연결한 굴절버스를 도입함으로써다. 113명을 태울 수 있는 굴절버스는 정원이 일반 버스의 두배다.

가나자와주오교통과 도큐버스는 2024년부터 굴절버스 12대를 도입해 요코하마 시내 주요노선을 운행하기로 했다. 가나자와주오교통은 "지난 3년간 운전수가 300명 이상 줄었기 때문에 운행 편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송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굴절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시의 니시니혼철도와 니가타현의 니가타교통도 굴절버스를 도입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외식·숙박업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종업원 한 명이 여러 사람의 몫을 맡는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3년 8월 나가노현에 문을 연 벳소온천 미도리야(別所?泉·?屋)는 10개의 객실에 글램핑 시설, 3개의 대절온천까지 있는 종합 숙박시설이다. 그런데도 직원은 네 명, 그나마 두 명은 파트타임 근로자다. 단 네 명의 직원이 손님 맞이와 식사 제공, 객실 및 온천 관리, 청소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멀티태스킹과 정보기술(IT)의 발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미도리야에는 숙박시설의 얼굴인 프론트와 프론트 뒷편에 담당 직원이 상주하는 사무실이 없다. 체크인과 숙박비 결제, 주류 주문까지 고객 스스로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객실 열쇠 대신 스마트폰 QR코드를 쓰는 것도 프론트를 없앨 수 있었던 이유다.

식사는 본사에서 조리한 요리를 냉동·냉장 상태로 받는다. 미도리야에서는 가열한 요리를 접시에 담기만 하면 된다. 온천의 다 쓴 수건을 담는 바구니에는 센서를 장착해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도 수건을 제때 채워넣을 수 있게 했다.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⑥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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